역사를 보면 힘 자랑을 하고, 그 넘치는 힘으로 남을 정복하거나 전장에서 승리한 사람은 아주 많다. 징기스칸이 있고 나폴레옹이 있다. 그밖에 문명사에 불멸의 업적을 남긴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대를 건너뛰어 그 사람의 사상과 행동이 과연 본받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존경할 만한 인물은 누군가. 동서고금을 막론해 인류가 부정할 수 없는 정의의 개념을 내세워 승리하고, 바른 역사를 이루어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부정하기 힘든 '정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를 일군 사람. 그래서 인류에게 '정의가 승리한다'는 희망을 제시한 사람이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두에서 성공한 사람이 링컨이었다. '정의는 항상 패배한다'는 것이 가당찮은 역설에 지나지 않도록 만들면서 진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깨끗이 씻어준 본보기는 김구 선생이 아니라 링컨이었다. 나는 훌륭한 역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링컨에게서 얻는다. 해방 이후의 한국사는 현실주의의 미명 아래 여러 가지 왜곡된 타협을 강요해왔다. 이상이 현실에 굴복하고 현실이 이상을 구박하는 시대를 극복하자면 김구 선생을 뛰어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