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기간 중에 ‘사람세상’에서 잠시 그 분의 행적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상대주의 철학과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관용의 문화에 관한 저의 생각을 몇 자 적어봅니다.
논쟁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저의 조문 문제로 시작되기도 했습니다만,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논쟁의 주제는 김 추기경님의 행적에 대한 평가로 모아졌습니다. 논쟁을 보면서 우선 저는 저의 홈페이지에서 그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일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은 모든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말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다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철학과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활화 하고 있거나, 그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대세를 따라, 또는 편리한 대로 그냥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비율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비율에 따라서 오늘날 각국의 민주주의가 수준이 다르듯이, 장래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수준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