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입니다. 누구의 눈일까요?
두 눈을 보면 알아보시겠습니까?
액자작업을 하기 전, 공방에 놓인 작품입니다. 162.0×130.3㎝ 작지 않은 크기인데요, 작품제목은 ‘THE FACE(노무현)’입니다. 대전에서 활동 중인 박상흠 작가가 2011년, 6개월 넘는 작업 끝에 완성한 것입니다.
한 드라마에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하는 대사가 있었죠. 박상흠 작가는 손에 유화물감을 찍어 캔버스에 바르는 지두화(指頭畵) 방식으로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했습니다.
박상흠 작가는 그런 방식으로 인물화와 풍경화를 주로 그려왔는데요, 지난 2월 작품을 기증하면서 “농부 같지 않은 농부, 소박하면서도 위엄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델로 삼은 사진은 흑백이었는데 표현하다보니 노란색이 많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분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림값도 못 받는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면서도 “언젠가는 더 큰 그림으로 그릴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박상흠 작가는 2013년 천안에서 가진 전시회를 통해 이 작품을 공개했는데요, 시·문학동인 ‘시창’에서 알게 된 재단 회원 ‘맑은샛별’님의 권유로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사진도 ‘맑은샛별’님이 촬영한 겁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맑은샛별’님께 감사드립니다.
인물화를 비롯해 노 대통령이나 봉하마을을 형상화한 기증작품들은 20여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노 대통령에 대한 작가들의 기억과 정성과 정신이 담겨있는 소중한 작품들입니다. 좀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상단 왼쪽은 부천만화동아리 학생 4명이 그린 대형걸개그림(450×330㎝)입니다. 2009년 5월 노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 대한문분향소에서 참배객들을 맞이하던 그 작품입니다.
상단 오른쪽은 194×259㎝ 크기의 초상화입니다. 축소해서 그렇지 박상흠 작가의 기증작보다 더 큰 작품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얼굴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임영선 작가가 노 대통령 서거소식을 듣고 3일 밤낮에 걸쳐 그린 유화그림입니다.
하단 왼쪽은 44×40㎝ 크기의 판화작품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박재동 화백 작품입니다. 2009년 추모전시회에 전시된 뒤 기증해주신 겁니다.
하단 오른쪽은 자개와 옻칠로 그려낸 노 대통령의 초상(90×60㎝)입니다. 정혜욱 작가가 2013년 4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해 9월 서울 전시회를 갖고 기증해주셨습니다.
더 많은 노무현의 얼굴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증작품들을 모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대통령 : 저 보러 오셨습니까?
방문객 : 예, 얼굴이 너무 좋습니다. 잘 생겼어요.
대통령 : 젊을 때 듣고 싶던 소리였는데, 그땐 아무도 그런 소리 안했는데.
방문객 : 지금이 젊으세요.
대통령 : 아, 한물갔습니다.
노 대통령 말처럼 한물갔더라도, 그 얼굴을 계속 만날 수 있다면 더 행복할 거 같습니다.
끝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 한 장 소개해드립니다. 퇴임 후인 2008년 5월 봉하마을을 찾은 사법연수원 동기 내외들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던 중 찍은 한 컷입니다. 노무현의 얼굴, 행복해보입니다.
이전글[기증사료이야기4 남기수 전 글밭 대표]처음 만나... 다음글[기증사료이야기6 오상호 사무처장]평화를 연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