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단다." "달걀로 바위 치기지." "물 흐르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살아야 하느니라." 돈 없고 힘없는 백성이 살아가려면 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은 오랜 인생 역정에서 몸으로 터득한 교훈으로, 그것이 바로 우리집의 가훈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얼렁뚱땅 쉽게 타협하지 않는 나는 '정을 맞는 모난 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정을 맞지 않기 위해 모나지 않게 살아온 사람들, 달걀로 바위치기를 거부한 사람들에 의해 이 세상은 얼마나 변모했는가. 나는 4·19혁명과 군사독재의 종말을 가져온 6월 항쟁이 달걀로 바위를 치는 신념에 찬 사람들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역사의 발전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른다. 그 희생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씨앗이 된다.
어릴 적 어머님이 늘 나에게 하시던 당부의 말씀, 나는 아무래도 그 말씀을 가훈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도 달걀로 바위를 쳐야 하고, 내 자식들도 그래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