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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관용, 상대주의 이런 관념과 논리 이야기는 그만 하려고 했는데, 설명이 좀 부족했던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주의 이야기를 좀 더 보충하려고 합니다.

사람세상 회원 한 분이 보내주신 글에 “저는 '상대주의 철학'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개념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그분이 말하고자 하는 본론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논쟁을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논리를 한번 쯤 짚어보는 것은 상대주의의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부족한 대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상대주의 철학이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주의는 절대적 진리 또는 가치를 부정하고 절대주의를 반대하지만, 보편적 가치나 보편적 원리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절대주의는 다른 가치나 반대를 인정하지 않고 억압하고 배제합니다. 그와는 달리 보편주의의 입장은 보편적 원리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다른 가치나 견해를 배척하고 억압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편적 가치 또는 원리는 절대주의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상대주의의 가치는 적극적으로 상대주의 그 자체의 진리성을 강조하는데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가치와 사상을 ‘반대는 하더라도 억압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태도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 민주주의 사상의 기초로서 소중한 원리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상대주의가 스스로 절대적 가치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에 관한 경우입니다. 민주주의 헌법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상이라 할지라도 사상의 수준에서는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으로 발전할 때에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대주의의 한계, 관용의 한계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엄밀하게 논리적으로만 말한다면 이것은 상대주의가 스스로 상대주의를 부인하는 모순에 부닥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순 때문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철학적 기초가 모두 무너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철학과 논리의 세계에서 가치와 사상, 법칙 이런 것을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이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 철학적 원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편성, 타당성, 이런 이론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저는 뉴턴의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 불확정성의 원리, 상대성 원리 이런 이론을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 혼란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물리학의 세계에서도 확률과 통계적 보편성 이런 것이 과학적 원리로 통용이 되고 있다는 글을 읽고 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진리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이런 사고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상대주의, 관용 이런 개념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상대주의니 관용이니 하는 말이 ‘동의하지 않지만, 반대하지만, 미워하지만, 그러나 그것을 그의 권리로 인정하고, 인내한다. 나도 상대와 논리를 비판하고 공격할 수 있지만, 민주적으로 합의된 규칙에서 허용된 방법을 넘어서는 반칙을 하거나, 상대를 억압하거나 배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원리를 이야기 한 것에 불과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한 것 같습니다만, 이처럼 사상과 논리의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 사이의 우선순위, 양보와 타협의 균형점, 그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과 태도 이런 것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의 연습으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시민이 이런 사고에 익숙한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튼튼한 기초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용에 관하여 길게 이야기 한 것입니다. 지루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3.13)

 

  • 노무현 대통령
  • 200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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