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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모자들, 그를 잃은 시민들

[기증사료이야기11 서정석 변호사] 사법연수원 동기의 사진기록

 

인연은 소중한 기록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서정석 변호사의 기증사진도 그렇습니다. 서정석 변호사는 1975년 만 스물아홉 나이에 7기 사법연수원 동기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노 대통령과 동갑이었고 연수원에서는 옆자리인 13번, 14번에 나란히 앉아 더 친하게 됐다고 합니다.

서정석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그해 12월 대구에서 결혼하는데요, 신랑 대기실에서 연수원 동기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중앙에 꽃을 단 사람이 물론, 서정석 변호사겠죠. 사진 맨 오른쪽이 노 대통령. 예의 한 손에 든 담배가 눈에 띕니다. 김종대, 이종명, 안상수, 서상홍, 이종왕, 정상명 등 젊은 모습이지만 훗날 법조계, 정치권에서 접하게 되는 낯익은 이름들이 이어집니다. 서정석 변호사는 2011년 8월 저희와 구술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연수원에서 가까이 지내면서 오랫동안 만난 사람처럼 친하게 됐다”고 회고하는 서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시절 구술을  볼 수 있습니다.

서정석 구술영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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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월, 2년간의 사법연수원 생활을 마감하는 졸업식 날 사진입니다. 왼쪽이 노 대통령, 가운데가 서정석 변호사입니다. 서 변호사는 “졸업식에는 가족이나 친인척 분들이 함께하는데 이날 노 대통령은 혼자 참석했다”고 기억합니다.

연수원 졸업 이후 서 변호사는 군 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1980년부터 대구지법 판사로 재직하는데요, 당시에는 부산에 고등법원이 없어 대구고법을 오가던 노무현 변호사와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서 변호사는 이후 대구고법, 부산지법 등을 거쳐 1996년 대구에서 변호사 개업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의 어느 일요일, 노 대통령 초청으로 사법연수원 동기 내외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합니다. 서 변호사는 점퍼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동기들을 맞으러온 노 대통령의 모습, 관저로 올라가는 경내버스 안에서 연수원 시절처럼 옆자리에 앉은 노 대통령의 손을 말없이 맞잡았던 순간을 인상 깊게 이야기합니다. 이때의 구술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서정석 구술영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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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간은 흘러, 퇴임 뒤인 2008년 5월 31일 봉하에서 비슷한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서정석 변호사를 비롯한 사법연수원 동기 내외들은 이날 봉하 사저를 방문합니다. 노 대통령 내외와 점심을 먹고 봉화산 일대를 둘러본 뒤 저녁에는 인근 횟집에서 회포를 풀었습니다. 재임 5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서른 살 전후 시기를 함께 지나온 오랜 동기들과 만남이 노 대통령에게도 퍽이나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받은 사인을 줄곧 가지고 있던 주인아주머니의 요청에 흔쾌히 펜을 든 노 대통령입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생각이 나서 또 왔네’라고 쓰고 있는 얼굴이 불콰합니다. 서정석 변호사는 “그날 아주 기분 좋아하셨다”며 “시간이 꽤 됐는데 ‘한 잔 더 하자’고 하시는 걸 우리가 ‘다음에 또 오겠다’고 말려서 헤어졌다”고 회상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서정석 변호사의 다음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2009년 5월 23일 서거 소식을 접하고 다음날 사법연수원 동기 한 분과 봉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조문을 한 뒤 사저에서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사진은 사저를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벽에 걸린 주인 잃은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모자뿐이었을까요. 그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동안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하게 한 날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어린 생명들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그래서 결국 무엇을 잃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나날입니다.

깊은 슬픔으로, 그날 이후 다섯 번째 5월을 맞습니다.

  • 김상철/ 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4.04.23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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