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한 남자가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황망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모두 자신과 같은 심정과 슬픔을 안고 온 이들이었습니다. 작업실이 있는 사천으로 돌아온 후에도 봉하에서 받았던 인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부엉이바위와 봉하마을이 계속 꿈에 나왔어요. 이 애도와 추모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내지 않으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생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기간 받았던 인상을 ‘부엉이바위의 눈물’(위)과 ‘바보의 일획’(아래)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00호짜리 캔버스(162 ×130cm) 3점을 이어 붙여야 완성되는 대작입니다.
노란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던 ‘길 위의 화가’ 한생곤 작가는 길에서 얻은 재료를 작품에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숯, 연탄재, 조개껍질, 기와 등을 가루로 만들어 그림 속에서 소생시키는 방식입니다. 부엉이바위를 중심으로 까만 배경 가득 촛불을 채워 넣은 ‘부엉이바위의 눈물’과 일획 속에 탄생부터 서거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을 상형문자처럼 그린 ‘바보의 일획’도 숯으로 만든 재료를 바탕에 사용했습니다.
“그림이 마땅히 가야할 곳에 보내는 것일 뿐”이라며 소중한 작품의 기증의사를 밝혀주신 한생곤 작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