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꼭 대통령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시절 우리들의 노무현
시민들의 지지 사연으로 만나는 2002년 대선과 후보 노무현“노무현 아저씨, 제 피아노를 빌려갔으니 꼭 대통령이 되는 걸로 빚을 갚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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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라디오 광고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피아노를 사주기로 했던 부모님이 그 돈을 노무현 아저씨에게 후원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한 것이죠. 결국 부모님의 뜻을 이해하게 된 주인공은 피아노 대신 노무현 아저씨의 당선을 응원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빚진 사람은 사연의 주인공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인 후원의 새바람이 불다…‘국민에게 빚진 대통령 될 것’
“특권층이 대통령이 되면 특권 대통령이니까 그건 제가 안 할랍니다. 재벌 돈 받아서 대통령이 되면 재벌 대통령이 될 거니까 전 그것도 안 할랍니다. 뒷돈 받아서 대통령이 되면 뒷돈 대통령 되니까 그것도 저 안 할랍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그야말로 정성어린 돈 한 푼 한 푼 받아서 대통령이 된다면 저는 빚진 대통령입니다. 여러분들께 빚진 대통령 한번 하겠습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던 2002년 11월 27일, 수원역 광장에 선 노무현 후보는 오로지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여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요구였습니다. 그 완수를 위해 노 후보는 특히 정치자금의 혁명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금과 운용, 집행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감시 받고자 했습니다.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9월 18일 열렸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선언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돈 안 드는 선거, 정책선거,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로 치를 것입니다. 정책으로 국민과 대화하며, 선거운동 과정이 정치개혁 과정 그 자체라는 믿음으로 이번 선거를 치를 각오입니다. 저는 조직과 돈을 동원한 구시대의 정치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여 정치자금제도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입니다. 저는 100만 명이 1만 원씩 기부하는 모금운동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또한 인터넷과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여 돈 안 드는 선거,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를 치를 것입니다.”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은 후원으로 지지에 나섰습니다. 남편의 10년 근속 금메달을, 아들의 백일반지를, 버스비와 점심값 아낀 돈을 후원했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쏟아졌습니다. 많은 직장인의 급여일이 25일이라는 점에 착안, 매달 25일을 ‘노풍 폭발의 날’로 정해 후원하자는 한 네티즌의 제안에 10월 25일 하루에만 3억 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되기도 했습니다. 희망돼지 저금통은 인터넷을 타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시민들의 ‘유쾌한 정치반란’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습니다. 이전까지 없던 소액다수 정치후원 문화의 등장이었습니다.
[희망돼지로 가득찬 민주당사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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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만이, 노무현이라서왜 시민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서까지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했던 걸까요? 어떤 대한민국을 꿈꿨고 그 실현을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를 돕던 사람들과 지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먼저 부산 선대위 상임본부장을 맡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정말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심정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중략) 낡은 정치문화가 계속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정치문화가 열릴 것이냐, 권위주의 통치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냐 민주적 리더십의 시대가 열릴 것이냐, 망국적 지역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냐 지역 화합의 시대가 열릴 것이냐, 남북관계에서도 냉전적 대결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냐 민족화합과 통일 시대로 나아갈 것이냐 이 모든 것을 가름할 중차대한 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중략) 독재 권력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고 구 정치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온갖 희생을 하면서 노력해왔던 노무현 후보만이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게 될 것이죠.”
[TVRoh] 만나고 싶었습니다 - 문재인 변호사 편 ☜ 바로가기
판사직을 그만두고 법률특보로 선대위에 합류했던 박범계 의원의 모습도 찾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께서는 법조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평생을 인권의식을 갖고 인권의 지킴이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런 분에게는 대의명분이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판사도 결단했습니다. 결단의 이유는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우리에게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양심적인 대의명분이 승리하는 그날을 만듭시다.”
[TVRoh] 만나고 싶었습니다 - 박범계 신임 법률특보 편 ☜ 바로가기
몸이 아파도, 집안에 일이 있어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던 장사마저 하루 접고 찬조연설에 나섰던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 씨의 이야기는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노무현 그 양반을 저와 같은 서민 마음을 알고, 국민 무서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 정치하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말도 잘하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많이 배웠지만 그 사람은 우리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그 양반은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같이 억수로 고민해본 사람이라 서민 마음을 알 것 같고 아무리 힘들어도 소신과 배짱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중략) 인자는 진짜로 우리 국민 모두 손 딱 잡고 제대로 된 국민통합 대통령 한번 만들어 줍시다. 노무현 화끈하게 팍팍 밀어줍시다.”
[TVRoh] 찬조연설 – 이일순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 ☜ 바로가기
시민들이 직접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했던 글도 일부 소개합니다. 더 많은 사연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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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외교가 지금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지금 그 중심을 바로 잡을 사람은 아무리 보아도 노무현 후보밖에 없고 저는 노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별력과 판단력 그리고 전체를 볼 수 있는 균형 감각입니다. 저는 노 후보에게서 너무나 확실하게 이러한 능력을 확인하고 안심이 됩니다.” (‘노무현 후보는 외교에 약하다?’ 中)
“국민에게 희망돼지를 분양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정치자금을 마련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만이 아니다. 이는 정치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노무현이 정확하게 안다는 뜻이자, 국민에게 바로 그 주인 됨의 가치와 의미를 정확하게 깨달아내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중략) 그 어떤 정치가가 이토록 진심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바라는가. 그 어떤 정치가가 이토록 간절하게 돈이나 표를 넘어선 적극적 관심을 요구하는가.” (‘생각해 보면 노무현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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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희망, 노무현의 꿈과 만나다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 대한민국의 이익과 평화를 지켜낼 능력을 갖춘 지도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의 힘을 믿었던 시민. 소개드린 사연 속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 이름에 실린 기대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나라.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한 국민들의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그러자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2월 17일, 선거를 이틀 앞두고 부산을 찾았던 노 대통령의 말을 길게 인용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정부패 없는 나라 만들겠습니다. 특권도 반칙도 통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들처럼 열심히 땀 흘려서 일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뒷거래하지 아니하고, 법 지키고, 세금 내고, 군대도 갔다 오고 이렇게 성실히 사는 사람이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나라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행세하게 될 것입니다. 돈 없고 빽 없고 가진 것 없어도 손해 보지 않는 나라. 운이 나빠서, 실수로 실패한 사람에게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부자 아버지를 만나지 않더라도 나라에서 보장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노무현처럼 변호사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사장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 일을 하자면 많은 어려운 일을 극복해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이제는 총칼 가진 사람이 힘 있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보기관의 뒷받침을 받는 사람이 힘 있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힘 있는 대통령입니다. 절반이 지지하고 절반이 반대하는 반쪽의 대통령으로는 이 어려운 일들을 풀어낼 수 없습니다. 전국적 지지를 받고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만 힘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고 힘 있는 대통령이라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제게 힘을 주십시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던 시민들의 간절함과 기대는 인터넷 게시글로, 영상으로 남아 당시를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그려내는 소중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 속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희망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실현하고 싶었던 꿈은 이토록 가깝게 닿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