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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이야기 유의미한 주요 사료를 소개하고 그 배경과 맥락을 정리해 제공합니다.

10년 간직한 대통령의 사인 수표를 건네며

익명회원, 대통령 사인 담긴 수표와 200만원 후원...
‘2002년 10월의 일화’도 전해

 

 

 지난 22일 수요일. 중년의 한 신사가 사무실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 2주기를 기해 재단 사료편찬위원회에서 시작한 사료수집캠페인 ‘노무현찾기’ 글을 접하고 오랜만에 재단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재단 후원회원이기도 한 신사는 낡고 오래된 10만 원권 수표 한 장과 함께 거기에 담긴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전해주었다.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뽑힌 노 대통령이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며 전국을 발로 뛰던 때의 이야기였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

“노무현 후보,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외롭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을 왜 보지 못하겠습니까. 편안한 길, 비단길 다 마다하고 국민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지역감정의 저 높은 벽을 향해서 제 머리 짓이기며 저항해온 사람. 그렇게 처참하게 깨지고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를 울린 사람입니다.”

2002년 10월 20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혁국민정당 창당발기인대회 현장에서 문성근 재단 상임운영위원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향해 외친 연설의 한 대목이다. 문 상임위원은 대통령 후보 노무현에 대한 시대의 요구와 그의 진정성을 호소력 짙은 연설로 담아내 장내는 물론 이를 전해들은 유권자들에게 큰 감동과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맨 앞줄에 앉아 문 상임위원의 격정어린 연설을 듣던 노 대통령은 이를 악다물고 감정의 동요를 추스리려 애쓰다 끝내 통한과 결의가 뒤엉킨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얼마 후 이날 영상은 대통령선거 광고영상에 쓰여 많은 국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희망 그리고 포장마차익명회원이 밝힌 사연은 바로 다음날인 10월 21일 저녁, 여의도의 어느 포장마차 안에서의 에피소드다. 당시 노사모에서는 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는 방편의 하나로 전국을 순회하는 ‘희망 포장마차’(희망포차)를 꾸리고 있었다. 

당일, 원주에서 예정되어 있던 희망포차가 비 때문에 취소되고 진행일꾼들이 고민에 빠져 있던 차, 명계남 재단 운영위원이 “그럼 여의도에서 한판 하자”는 의견을 내놔 급히 장소를 여의도로 옮겨 희망포차를 열게 되었다. 노사모 열성회원으로 활동하던 익명회원은 노 대통령의 희망포차 방문 소식을 접하고 백일을 제쳐두고 곧장 친구와 함께 여의도를 찾았다. 

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대선 승리에 대한 열정과 희망, 그리고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었고, 이회창 후보 역시 지지율 40%를 눈앞에 두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은 희망포차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대선 승리가 아닌, 그가 꿈꿔온 정치의 변화, 바른정치의 실현을 더 강조했다.

“목표를 정확하게 정하고 가아죠. 이회창, 정몽준 이분들하고 싸우면 발전이 없어요. 저는 낡은 정치와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사람한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바꾸고 바로 하자. 사람을 통해 실현되는 ‘바른정치’를 지원하는 것이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계속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사인 수표

연설과 담화, 그리고 ‘작은 연인들’을 열창한 뒤 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앉았던 테이블의 안주와 소주 값은 내고 가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한사코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는 끝내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계산을 했다.

이때 누군가 “아니, 우리 노짱님의 지갑에서 나온 돈인데, 그냥 계산대 안에 넣기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말을 꺼냈고, 노 대통령의 지갑 속에서 나온 지폐는 이 제안에 제일 큰 호응을 보낸 익명회원의 지갑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물론 술값은 익명회원이 가지고 있던 다른 돈으로 다시 계산을 했다. 그리고는 사인을 받는다고 급하게 주머니와 지갑을 뒤져 적당한 걸 찾는다고 찾은 것이 이번에 재단에 기증한 10만 원권 수표였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수표는 한동안 익명회원의 지갑 속에, 또 한동안은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고이 모셔졌다. 써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감히 쓸 수도 없었다. 익명회원에게는 삶의 표창과도 같은 보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수표를 “혼자 보고 간직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더 보고, 그 의미를 나누는 게 낫겠다”며 사료편찬위에 기증했다.

익명회원은 노 대통령의 사인 수표 외에도 현금 200만 원을 추가로 재단에 후원했다. 나중에 전해들은 사실이지만 재단설립 초기에도 1천만 원의 큰돈을 후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되려 “사정상 얼굴과 이름을 다른 회원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후원이란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사심 없이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액수보다는 거기에 담긴 관심과 애정이 값진 것”이란 말도 전했다.

 

대통령의 건배사

2002년 10월 21일 희망포차에서 노 대통령은 소주잔을 치켜들고 지지자들에게 짧지만 인상적인 건배사를 제안했다. 노 대통령이 선창하고 지지자들이 따라 외쳤다. 

익명회원의 속 깊은 정성, 그리고 그가 간직해온 노무현이라는 희망에 대해 감사하며 10년 전 노 대통령이 외친 건배사로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됐나?” “됐다!”
“하나?” “한다!”
“이기나?” “이긴다!”

  •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회
  •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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