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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을 위한 노무현의 약속
참여정부의 사스(SARS) 대응, 다 계획이 있었구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통합도 대단히 이완되고 손상이 생깁니다. 이런 모든 걸 생각해서 항상 강조하듯이 인권의 기본은 사람의 건강입니다. 개인이 감당 못하는 것을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사스 방역 평가보고회>에서 연설하는 노무현 대통령

2003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의 종식 후 <사스 방역 평가보고회>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전한 말입니다. 작년 12월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된 이래 팬더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까지 이어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어린 다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12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가 180만 명에 달하며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방역체계가 연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2월 말 900명대 까지 육박했던 1일 신규 확진자 수를 4월 초까지 50명 안팎으로 감소 및 유지, 사망률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마이클 라이언 사무차장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교과서 같은 우수 사례”라고 평가했으며, 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같은 민간 인사들까지 한국과의 공조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방역 노하우가 각국에 수출되고 논의의 중심이 된 배경에는 전염병 대응과 관련된 우리의 축적된 경험과 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003년 사스 사태를 계기로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방역 기구 및 체계의 개편은 국가적 위기에 대한 체계적·효율적인 대응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국가의 공적 역할을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철학이 반영되었습니다. 당시의 노무현을 되돌아보며 다시금 찾아온 전염병 사태의 종착점에 보다 완숙하고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 영감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정부가 일하는 분들의
용기를 꺾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11월 16일 중국에서 최초 발병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8,439여 명의 감염자와 812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사스. 2003년 2월 12일 홍콩 언론의 보도를 통해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폐렴 증세 괴질의 광범위 확산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정부도 만반의 준비태세에 돌입하게 됩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시점에서 닥친 위기였음에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국무총리의 자세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3월 16일, 전국에 괴질 경보가 발령되고 관계부처 및 의료 전문가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게 됩니다.

참여정부의 사스 주요 대응 과정 [이미지 클릭시 확대]

정부는 전 세계 사스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4월 한 달을 ‘골든타임’과 같이 보냈습니다. 서둘러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소집, 시·도별 사스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범정부차원의 사스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등 관계부처의 인력과 지식을 총 동원하게 됩니다.

이도 모자라 방역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짜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에 이릅니다. 의심환자 및 환자 접촉자의 강제 10일 격리, 군 의료진 70여 명 검역업무 지원, 격리치료병상 확대, 방역 예산 60억 원 긴급 투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합니다.

4월 29일, 우려했던 국내 첫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합니다. 사스의 국내 확산이 현실화되는 듯했지만, 철저히 준비해 온 방역과 의료 시스템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13개 국립검역소, 16개 시·도 및 242개 보건소가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혈투를 벌였습니다. 국내 착륙 항공기에 검역원이 들어가 열감지기로 입국자 개개인의 체온을 측정하며 사스의 상륙에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보건소의 전화기는 모든 입국자에 대한 추적조사로 끊길 일이 없었습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방역으로 사스 종식까지 항공기 5,400여대와 선박 약 1만 척에 탑승한 90만여 명에 대한 검역을 벌였으며, 총 23만 명에 대한 위험지역 입국자 추적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WHO의 사스 통제 선언이 발표되었던 7월 5일 까지 정부와 국민들은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단 3명의 감염 추정환자와 0명의 사망자를 남기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세계의 찬사와 함께 고된 여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실제 생활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문제들이 제일 중요한 문제”




7월 7일, 114일의 사투 끝에 드디어 사스의 공식적인 방역이 종료되었습니다. 같은 달 31일 열린 ‘방역 평가보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승리의 찬가로 일색하기보다는 그간의 회고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감동 주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하지 공무원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번에 보니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했는데도 우리가 못 봤을 겁니다. 그러나 공무원 하는 일에 감동한 일이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인상적이고 기쁩니다. 조금 전 까딱하면 울 뻔 했고 안 울려고 물도 마셨는데 좋습니다.”

사스 방역 일선에서 활약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노무현 대통령

4개월 여간 일선에서 밤낮 없이 일한 공무원들에 대한 복받쳐 오르는 고마움을 애써 담담하게 전하는 것으로 운을 땠습니다. 일선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실무자들과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에 감사를 표한 뒤 노무현 대통령은 작금의 교훈과 앞날의 과제에 대해 힘주어 얘기합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보여준 투명한 대처는 중요하고 앞으로도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협력해 나가는 신뢰체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무엇보다 중요한게 우리 국민들의 실제 생활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문제들이 제일 중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 문제를 제일 중요한 문제로 하고 그 일을 위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일선에서 노력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가장 소중한 얘기를 다룰 줄 아는 그런 정부가 되도록 그렇게 노력 하겠습니다……. 정부가 모든 의제를 다 지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여기에서 보고한 것과 같은,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 국가의 가장 큰 의제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실제로 실천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사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고자 했던 노 대통령이었습니다. ‘사람의 건강이 인권의 기본’이라는 그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사람의 건강과 가장 가까이 있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어떠한 지원이라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함께 약속합시다.
1년 뒤에 보면 그대로 있지 않을 것입니다.”
-위기관리센터의 신설과 질병관리본부의 출범



“질병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예방입니다.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철저한 예방대책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성공을 자만하지 말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합니다. 국가적인 방역체계를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방역 평가보고회에 겸해 열린 <사스 대응 성공 기념식>에서 다시 한번 방역 및 위기 대응 체계의 개선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약속은 구호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 산하 위기관리세터 신설과 질병관리본부의 출범을 통해 약속은 실천으로 옮겨졌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 재난과 위기 대응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설립에 큰 역할을 했던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는 노무현 대통령

사스 위협이 최고조로 달하던 4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비상사태 발생 시 기존 대응체제의 비효율성에 공감하며 질병관리청 신설을 검토해 볼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당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건의가 그 계기가 되었는데, 당시 그가 ‘간호사’ 출신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의사들과 의료 관계자들의 반발이 빗발쳤습니다. 경제 관련 부처들 또한 예산 문제를 빌미로 반대를 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전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모든 국민, 특히 서민들을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해 공공 의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힘입어 이듬해인 2004년 1월 기존의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승격되었습니다. 감염병을 통합관리하고 연구할 전문적 기관이 최초로 자리 잡음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언제라도 사스와 같은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재난 및 위기 관련 부처나 기관 사이의 통합적·유기적 시스템이 부재함에 문재의식을 느끼고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 산하에 위기관리센터를 신설, 감염병을 비롯한 위기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로써 분산된 권한 체계와 불균형한 정보 공유 문제로부터 비롯되는 혼선을 줄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일원화된 위기대응 지휘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제백신연구소의 확대·개편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어린이를 위한 백신의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국내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이기도 합니다. 2004년 10월 28일 <국제백신연구소 건물 제공식 축사>에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바로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과 같습니다.”라고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공적 기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은 인류 공동의 가치이며 이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 국제적 연대로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국민의 생명,
국가의 미래



이러한 변화들은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중요시했던 노무현의 국정철학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정권 출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최초로 국가안보의 목표를 국민 생활 안전까지 확대시켰습니다. 군사와 외교 영역만이 아니라 국민 건강도 국가가 모든 위협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수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을 2003년 6월 25일 NSC 위기관리센터 개소식 연설에서 생생히 드러납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책무인 국가 위기관리의 대상에는 ‘포괄안보’ 개념에 의해 전쟁 등 군사적 충돌 뿐 아니라 대형 재난재해, 국가 기능 마비 등 다양한 위기유형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반적인 국가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사스의 성공적 방어에 안주하기보다 국민 생명을 위한 더 나은 정책과 제도를 고심했던 노무현 대통령. 그의 혜안과 지도자적 자질이 오늘의 위기와 우리의 대응을 다시금 헤아려보도록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미국 플레처스쿨(The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의 알렉스 드 월(Alex de Waal) 교수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칼럼을 통해 “과거의 전염병과 현재의 전염병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과거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식으로부터 분명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갈 길이 멀고,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애도의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입니다.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들도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2003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우리의 자세와 노력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남은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클릭] 사스(SARS) 방역 평가보고회 전문 보기
[클릭] 국제백신연구소 건물 제공식 축사 전문 보기


SARS 방역 평가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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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민/사료콘텐츠팀
  • 2020.04.13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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