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즉 기자실 개혁의 핵심은 부처별 기자실, 부처 출입처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개혁해 정책기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부처에 고립된 기자실에서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정부 정책 중에 한 부처에 국한된 정책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국무조정실에서 조정되고, 관계 장관회의를 거치고,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태스크포스(TF)의 검토를 거쳐 만들어집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수준 높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부처 기자실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책의 현장을 발로 뛰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복잡한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숨어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부처별 출입처 제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부처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부처의 브리핑 내용, 이른바 관계자의 비공식 견해, 기자실 내부에서 오가는 정보 등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식의 취재 관행은 언론사와 기자들 간의 경쟁을 가로막고 비슷비슷한 기사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됩니다. 하루 종일 기자실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한 시각마저 부지불식간에 비슷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가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일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로서는 환경을 바꾸는 일밖에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한 사회의 여론과 정보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언론입니다. 이제 사회는 언론이 가는 쪽으로 갑니다. 언론의 수준만큼 갑니다. 지금은 언론이 정치권력의 압력이 무서워할 말을 못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언론자유 못지않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는 언론의 수준과 기사의 품질입니다.
참여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언론과의 관계에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온 것도, 이번에 기자실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 때문입니다. 과거의 낡은 관행을 깨고 정부와 언론이 건전한 긴장관계 위에서 신뢰경쟁, 품질경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일시적으로 힘들고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과 지식정보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여러분에게 보내는 대통령 편지에서 2007.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