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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이야기 유의미한 주요 사료를 소개하고 그 배경과 맥락을 정리해 제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 ①

“나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국가적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되고 선거에서 표를 모을 일이 없다면 그 역시 이만한 꿈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03.22.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가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 과밀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 지난 7월 정치권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부쩍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행정수도 이전을 가장 강하게 염원하고 추진했던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대통령이 되기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오랜 구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준비와 고민이 있었기에 대선 후보 시절부터 퇴임 이후까지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발전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3월 22일 청와대 소식지 ‘청와대 브리핑'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이라는 제하의 대국민 공개서신을 게재합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판결을 받고 행정도시특별법 마저 반대 여론으로 인해 녹록치 않은 상태에 치닫자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손수 써내려간 장문의 글입니다.

글은 공식석상에서 좀처럼 밝히지 않았던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70년대 중반 처음 행정수도 이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일화부터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실천으로 옮기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 새롭게 가지게 된 고민까지.

임기 초반 강건했던 대통령의 모습보다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글을 보며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1975년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냈던 손정목 씨가 도시학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강의를 한 일이 있습니다. 도시의 내력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이야기에 걸쭉한 입담까지 곁들여진 재미있는 강의였습니다. 그중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오르는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많은 사람들이‘서울은 만원이다. 서울 집중은 막아야 한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중요기관은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당신이 가겠느냐?’고 물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의 생각은‘나는 빼고 다른 사람들이나 보내라.’는 것이다.”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그 말의 취지가 서울의 분산을 찬성하는 것이었는지 반대하는 것이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나는 그 말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1977년 대전지방법원에 초임 판사로 발령받았을 때 대전은 행정수도 바람으로 들떠 있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해약소송이 물밀듯 밀려들어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1978년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당시 나는 행정수도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서울 집중의 폐해에 관해서 훨씬 이전부터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므로 그저 좋은 일로만 생각했습니다. 여론도 별로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0년 초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공해문제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공해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도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부산 문현동 산비탈 마을에 산사태가 나서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때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기대어 살다가 흙더미에 깔려 참변을 당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무작정 대도시로 몰려들어온, 그야말로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었습니다….
도시문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정부는 1972년 국토기본계획에서부터 대도시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마련해두고 있었으나, 권력의 집중과 집중된 권력의 서울 집중으로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집중과 과밀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대도시 집중은 단순히 공해와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병, 마약, 청소년 범죄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뿌리째 황폐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1993년에 지방자치연구소를 열었습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분열하였으나 통합의 희망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3당합당은 야당과 지역의 분열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김정길 의원과 나, 그리고 몇 사람이 통합의 깃발을 지키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분열의 원인이 된 정치∙사회의 토대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하자. 다행히 1991년부터 지방자치가 시작되었으니 지방자치를 통하여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면 지역대결도 좀 누그러질 것이다. 더욱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풀뿌리라고 하지 않는가.’이것이 내가 지방자치 연구소를 세운 이유입니다….
결정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생각하게 된 것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난 후의 일입니다…. 당시는 행정 각부의 지방분산 이전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와 있던 터라 행정수도 이전도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고,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한 과감한 분권·분산 정책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개념을 통한 규제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당 정책위는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최종적 검증과 발표시기의 전략적 선택을 위하여 대외비를 유지하다가 선거대책본부 발대식과 더불어 발표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 하다가 나중에는 행정 각부를 전국 각지로 분산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나는 행정 각부의 분산은 국정의 원활한 통합·조정에 지장이 생긴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 지금 와서 보면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부기능의 일부가 찢어지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양쪽의 주장이 다 받아들여진 셈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대로 해보고 결과에 대한 평가는 훗날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수도권 규제정책은 수도권의 집중과 기형적 비대를 막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수도권의 성장을 왜곡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경쟁력의 논리와 난개발에 밀려 더 이상 유지하기도 어려운 정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손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설득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이해관계가 아니고 명분으로 반대하는 분들에게는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행정수도 이전도 안 하고, 공공기관 이전도 안 하고 수도권 규제만 덜렁 풀자는 것인가? 그것이 타당한 일인가?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 아니라면 수도권 규제는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그러면 수도권의 미래는 무엇인가?
나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국가적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되고 선거에서 표를 모을 일이 없다면 그 역시 이만한 꿈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분이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한 것은 사리사욕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안목을 가지고 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공포되었습니다. 앞으로 국회의 논의와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해서 수도권과 지방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원칙을 가지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클릭]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 전문 보기




  • 강성민/사료콘텐츠팀
  •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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