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가끔씩 노동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였다. 그러다가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까 요청이 많아져서 횟수가 늘어났다.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강연에 나서기는 하면서도 별로 아는 것도 없이 남 앞에 나서서 아는 체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부끄럽기도 하여 자료나 기록을 모아 놓지도 않고 있었는데 현장문학사에서 굳이 출판을 하잔다.
본시 거절에는 서투른 성격이라 여기저기 기억이 나는 대로 연설을 다닌 곳에 부탁하여 녹음테이프를 얻어가다 넘겨 주었더니 초고를 만들어 왔기에 읽어보니 정말 난감하다. 하도 강연 요청이 많기에 나는 내가 강연을 제법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 중복되고 끊어지고 중간에 엉뚱한 이야기가 끼어들고 내가 읽어보아도 무슨 소린지 통 알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출판을 취소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난다. 전부 고쳐 쓰기도 하고 수정을 시작해보니 아예 새로 쓰는 것이 옳겠다. 그래서 지금 연설을 하기로 했다. 무슨 역사적 기록도 아닌 이상 연설내용을 사실에 충실하게 옮기는 것 보다 책을 읽을 사람에게 한마디라도 의미있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연설 시점 이후에 사실들을 끼워넣기도 했다.
다 써 놓고 보니, 노동운동의 논지나 노동자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억압인 착취니, 투쟁이나 승리니 하는 말들 밖에 모르는, 마음씨 비뚤어진 싸움쟁이로 몰아붙일 것 같아 또 걱정이 된다.
정리를 다 해놓고 보아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로서는 2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죽을 고생을 했다. 내용이 시원찮더라도 너그럽게 감싸주기 바란다.
-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