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여러분, 저는 17대 국회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거로 선출된 국회라고 다 국민의 국회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치렀던 많은 총선에서 돈과 권력, 감성적 선동으로 민의가 왜곡되었던 일이 많았습니다.
제헌국회 이후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4∙19혁명 이후의 제5대국회, 1987년 6월항쟁 뒤의 제13대 국회를 국민의 국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국민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 권력에 저항해서 봉기했습니다. 그때마다 헌정이 중단될 만큼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국민의 국회조차 권력자들은 공권력과 군대, 돈과 지역감정을 동원해 국민을 배반하고, 국회를 권력의 들러리, 정치인만을 위한 국회로 전락시켰습니다. 발췌개헌, 4사5입개헌, 3선개헌과 유신, 3당합당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 국민은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일어섰습니다.
17대 국회는 이러한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 위에 출범한 것입니다. 이제는 억압과 저항으로 얼룩진 역사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시는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이 국회를 들러리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이익에는 적극적이고 과오에 대해선 관대한 국회, 분열구도의 이익에 기대서 국민의 뜻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득권의 국회가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연설 장소]국회 본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