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준비한 ‘추석 선물’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 보낸 다섯 번의 추석. 선물 꾸러미 하나에도, 인사 메시지 한 줄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2003년 첫 추석, '국민통합'을 선물하다
임기 첫해,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한 선물은 복분자주(광주 광산구)와 한과(경남 합천군)의 조합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호남·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로 공식 설명했다.
대통령이 명절 선물에 지역 화합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은 것은, 당시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선택은 이후 5년 내내 이어진다.
2003~2007년 전통주 릴레이 : 다섯 해, 아홉 번의 약속
재임 5년 동안, 열 번의 명절 선물 중 아홉 차례나 전국 각지의 민속주가 담겼다. 매년 명절마다 다른 지역의 전통주를 엄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균형발전은 연설문 속에만 있지 않았다.
2006년 차 한 잔의 소란, 그리고 즉각적인 반응
그해 추석, 청와대는 전국 9개 지역의 특산 차와 다기 세트를 준비했다. 선물 자체는 공들인 기획이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선물 대상자 명단에 그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차를 마실 여유가 있겠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즉각 수재민에게는 쌀로,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MP3로 선물을 바꿨다. 논란을 인정하고 곧바로 바꿨다. 참여정부가 비판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2007년 마지막 추석,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다’
임기 마지막 추석. 국군 장병, 경찰관, 소방관, 버스·택시 기사, 북녘·해외 동포에게 보내던 메시지의 수신자 목록에 이름 하나가 추가되었다.
외국인 근로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었다. 대통령기록관은 이를 ‘다문화로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으로 기록했다.(2007. 09. 24.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추석 인사)
추석 인사 메시지의 수신자 목록이 곧 그 사회가 ‘우리’로 여기는 사람들의 목록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 목록을 조금 더 넓히려 했던 것이다.
그 이후 봉하의 가을, 지금도 이어지는 것
퇴임 후 봉하마을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논에 나갔다. 우렁이·오리농법으로 시작한 친환경 농사. '봉하쌀'이 태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봉하마을은 매년 가을걷이를 한다. 첫 수확의 쌀을 묘역에 올리는 것으로 가을을 시작합니다. 봉하의 추석은 그렇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