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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필메모 이미지에 ‘대통령기록관’이라고 새겨진 것이 보일 겁니다. 노무현사료연구센터는 대통령기록관과 협의를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가 퇴임 전후 ‘공개’로 분류해 이관한 대통령기록 16만6천여 건의 사본을 지난 4월 이관 받았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내용 파악과 정리작업을 통해 주요 사료를 공개하고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7장의 메모는 어떻게 1시간의 강연이 되었을까

2004년5월27일 연세대 특강 준비한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노무현 대통령의 메모입니다. 1번 인사말부터 7번 장래계획까지, 이야기할 목차를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자리였을까요?

2004년 5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합니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지 일주일이 지난 때였습니다.

1시간여의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과 마무리발언까지, 당초 예정한 90분을 넘어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행사를 영상으로 보면, 강연 드문드문 노 대통령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뭔가를 보면서 하긴 해야 했겠죠. 강연대에는 두툼한 자료가 있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강연자료로 정리한 것은 노 대통령이 직접 쓴 7장의 메모였습니다. 서두에 소개한 메모는 그 첫 장입니다.

 

탄핵기각 뒤 가진 첫 외부강연

<기록>을 펴낸 윤태영 노무현사료연구센터장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 “연세대 특강은 탄핵기간이 끝나고 가진 첫 외부강연이었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준비하겠다고 하셔서 애초에 보좌진들이 정리한 원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자신이 강의할 내용을 직접 정리했습니다. 첫 장에 이어진 세 장의 메모입니다. 강연 전문과 대조해가면서 읽으면 그것대로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2.어떤 삶? - 무엇을 했는가?’에서 ‘속물’이라고 썼다가 지운 대목이 보입니다.

“옛날에는 단지 산다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하나님이 정해놓은 삶 그거 말고 좀 더 내가 개척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거역하면서 사는 그런 삶을 모색해 봤는데 결국 돌다 돌다 섭리에 거역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런 삶을 삽니다. 혹시 그래서 속물적으로 살았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어떻든 그렇게 살았습니다.”

결국 썼다 지운 대목을 그대로 얘기했습니다. ‘나와 우리-나→우리’라고 적어놓은 부분은 이제는 영화 <변호인>으로도 익숙한 대목인데요,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썼다 지우다, 그래도 이야기하다

“우리 아이들한테 어떻게 이런 세상을 살지 않게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감옥 가는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그만 문제의 변호사가 됐습니다. 제법 괜찮지요? 제가 뭐랄까, 사회 문제에 눈을 떠온 과정을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4. 어떤 나라?’에서 썼다 지운 ‘진보와 보수’, ‘성장과 분배’는 이어지는 다음 메모 ‘6. 논란되는 문제들’에 나옵니다.


메모를 따라 강연을 좇다보면 새삼 눈에 들어오는 대목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 내용들입니다.

 

신뢰와 진실, 진보와 보수, 상생

“저는 저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방향으로 동참하면서 저를 바꾸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뢰가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 신뢰가 먼저입니다. …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진실하게 말하고 진실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사회의 신뢰를 세우는 방법입니다. 신뢰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그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의 행동입니다. 지도적인 인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말과 행동을 달리하게 됐을 때 그 사회의 신뢰가 붕괴됩니다.”

“진보는 뭐냐. 더불어 살자,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이루어 살도록 만들어 있지 않냐, 연대, 더불어 살자, 이런 얘깁니다. 크게 봐서 이렇습니다. 그 다음에 가급적이면 바꾸지 말자, 이게 보수입니다. 뭘 좀 바꾸자, 고쳐가면서 살자, 진보죠.”

“어떻게 하는 것이 상생인지를 알아야 됩니다. 세상이 변화할 때는 변화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하고 기득권을 버려야 할 때는 기득권을 버려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장려해야 될 때 낡은 문화를 고집하면 안 됩니다.”

 

마지막 페이지가 ‘7. 희망’입니다.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노 대통령 자신의 희망사항을 적은 겁니다. 밑줄 치고 ‘하산’이라고 적은 게 보입니다. 질의응답에 앞선 노 대통령의 강연 말미는 이렇습니다.

“패배를 넉넉하게 수용할 줄 아는 그런 역량을 갖추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만, 어떻든 권력을 추구한 사람으로서는 이제 하산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산을 무사히 발 삐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제 자신이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다스려 내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될 남은 일입니다.”

 

“또 무슨 소리 나올지 모르니까…”

이날 강연 서두에 노 대통령은 “오늘 일정을 결정하면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면 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르니까 우리 의전실에서는 신경을 씁니다”고 하는데요,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이틀 뒤인 2004년 5월 29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생각과 말 걱정스럽다’는 사설로 강연을 다뤘으니까요. 인사말에서 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저는 젊은 사람들 만나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그럴 기회를 가지기가 참 어렵습니다. 오늘 이렇게 나와서 못하던 일을 하니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라고 하는 장면을 되돌려보게 만듭니다.

사료 업무 차원에서는 대통령의 말을 되살리는 한편, 그때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기록하고 환기해야 하는 이유이겠습니다.

강연 준비치곤 7장의 메모가 부실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메모가 실제 어떤 강연으로 구현됐는지 직접 읽고 직접 보면서 그 ‘품질’을 따져 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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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철/ 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4.10.22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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