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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언론·복지 후진국 벗어나 성숙한 민주주의로”

2007년 6월 노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시련과 투쟁, 진보는 계속될 것”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댓글 공방’으로 치부하려는 정치권이 있습니다. 진실을 파헤쳐야할, 최소한 쟁점과 시비를 가려야할 언론은 대부분 중계보도 일색으로 불신만 가중합니다. 그러면서 ‘촛불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와 진실에 대한 요구는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싼 애매한 논란이 계속됩니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지, 증세하지 않으면 복지 수준을 낮춘다는 얘기인지, 지금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말인지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도, 정치권도 딱 부러지게 입장을 밝히지 않습니다.

2007년 6월 8일 원광대학교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특강을 소개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현재의 논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정치 후진국, 언론 후진국, 복지 후진국, 세 가지 측면에서의 후진국. 이것만 벗어나면 우리나라는 바로 선진국 갑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요인, 언론과 정치원광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뒤 진행한 노 대통령의 특강 주제는 ‘민주주의 똑바로 하자’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강연 시작과 함께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합니다. 말 그대로 ‘민주주의자’로서 면모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직 충분히 실현되지도 않았는데 이 시기에 또한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첫 번째 위기 요인은 바로 언론입니다.

“역사적으로 언론이 민주주의의 무기였습니다. 권력에 맞선 시민사회의 무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헌법의 정치적 자유의 핵심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언론은 보호받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권력에 맞선 언론, 시민사회의 대변자로서의 언론일 때 그와 같은 특수한 지위를 우리가 인정한 것이지요. 그것이 수행하는 행위의 가치성 때문에 거기에 정통성을 부여했던 것인데, 어느덧 민중을 억압하는 기제로, 민중을 억압하는 편에 서서 민중을 속이는 데 앞장서 있다면 그 정통성은 어디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하나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위기는 정치에 대한 불신, 냉소, 무관심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제왕권은 소멸했고, 파시즘은 패배하고,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그리고 독재권력도 점차 붕괴돼가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이제는 안심이다’하고 신경을 꺼버립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정통성 잃은 권력, 시민 배반한 언론‘이제는 안심이다’라고 생각한 그 민주주의가 얼마나 적나라한 퇴행의 길을 걸었는지 우리는 참여정부 이후 지금까지도 실감하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실질적 자유, 실질적 평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한 과제를 노 대통령은 앞서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에서 찾습니다. 언론 문제, 단호했습니다.

“언론은 우리가 개혁해야 합니다. 언론은 여론을 지배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언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약자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불신과 냉소,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을 부르는 정치의 문제는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규칙과 승복의 정치문화를 과제이자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기본 전제가 있는 법입니다. 노 대통령은 서두에 민주주의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권력이 공공의 재산일 때 그것은 정당하고 정의이지만, 권력이 사유화됐을 때 특권이 되고, 지배 수단이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억압의 수단이 되는 것이거든요. … 권력은 정통성이 있을 때 정당한 것입니다.”

감세론, 세금 없는 복지는 거짓말정통성 있는 권력과 책임을 다하는 정부는 궤를 같이합니다. 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당시 제기된 감세론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미국·일본의 절반, 유럽의 3분의 1, 즉 복지 후진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 언론 후진국, 복지 후진국, 세 가지 측면에서의 후진국, 이것만 벗어나면 우리나라 바로 선진국 갑니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는 정부. 책임을 다하자면 절대로 세금 깎으면 안 됩니다. 감세론 얘기하는 사람들, 그러면서 무슨 보육예산 더 주고 또 어디 뭐 하고 무슨 복지 한다고 하는데,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만듭니까? 이명박 씨가 내놓은 감세론이요, 6조8천억 원의 세수 결손을 가져오게 돼있거든요. 6조8천억 원이면 우리가 교육혁신을 할 수 있고, 복지 수준을 한참 끌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 감세론, 절대로 속지 마십시오.”

정치 후진국, 언론 후진국, 복지 후진국을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 대통령은 여기서 다시 정치의 소비자이자 주권자로서 ‘깨어있는 시민’을 이야기합니다.

“정경유착, 권언유착, 언론의 지배에 맞설 수 있는 사회적 힘과 제도는 무엇인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결국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 그리고 국민들이 단결해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깨어있는 소비자’, 더 나아가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가야 합니다. 시민은 전통적으로 권력의 주체입니다. 분산되어 있을 뿐이지요. 정치의 소비자, 이 말은 그러나 분명한 주권자입니다. 주권자로서 시장을 제어하고 또 정치를 제어해야 하는 것이지요. … 행동하는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 이것이야말로 국민주권의 내실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영원히 투쟁하면서 발전할 것”사유화·특권화한 권력, 시민의 자리에서 일탈한 언론권력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킬 주체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노 대통령은 그 사명을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시민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민주주의의 장래는 여전히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완결은 없으나 진보를 계속될 것”이라는 말은 그러한 시민들을 향한 믿음의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장래는 여전히 민주주의다. 앞으로도 모든 사상을 포섭해서 민주주의는 진보를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 완결은 없을 것입니다. 역사에는 완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배와 억압, 전쟁이 생겨난 동기이기도 한 인간의 탐욕과 본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영원히 투쟁하면서 발전할 것입니다. 시련과 투쟁, 진보는 계속될 것입니다.”

원광대학교 특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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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3.08.20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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