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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주의보다 신뢰가 먼저”라고 한 이유

2004년 5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지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신뢰가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 신뢰가 먼저입니다.”

노 대통령은 왜 신뢰가 먼저라고 했을까요. 여기에는 지도자의 기본 자격과 정치의 책무에 관한 그의 철학과 신념이 담겨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 곱씹어볼 만한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신뢰 무너진 사회 존재할 수 없어
“신뢰가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 신뢰가 먼저입니다. 인간이 경험한 많은 사회 중에는 전제군주사회도 있고, 귀족사회도 있고, 독재사회도 있고, 파시스트사회도 있습니다. 그 모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신뢰가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상대방이 나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별의별 장치를 다해야 됩니다. 상대방이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속지 않기 위해서 준비해야 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계약을 맺을 때 상대방이 위약할 경우에 대비해서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조항들을 집어넣어서 계약서 하나 만드는 데 보름이나 한 달씩 걸립니다. 변호사 비용이 엄청 나가지요. 국가가 나의 안전을 지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불안이 있을 때 개인 경호시스템을 하게 됩니다. 남아프리카 같은 나라에서는 지금 경찰보다 개인경비 용역업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거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돈 없는 사람은 어찌하란 말이냐 하는 질문이 바로 나올 수 있겠지요.”

노 대통령은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특히 지도적 인사들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진실하게 말하고 진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듯 믿음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말한 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믿음이 생깁니다. 선의를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말한 내용을 말 비슷하게 하긴 하는데, 또 다르게 해석해 가지고 그 본뜻을 어떻게든 왜곡시켜 보려는 노력, 선의가 없이 맺은 계약은 그 방향으로 갑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진실해야 됩니다. 진실하게 말하고 진실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의 신뢰를 세우는 방법입니다.
신뢰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그 사회 지도적인 인사들의 행동입니다. 지도적인 인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말과 행동을 달리할 때 그 사회의 신뢰가 붕괴됩니다. 지도자는 그야말로 말대로 실천해야 됩니다. 그리고 지도자는 진실을 말해야 됩니다. 아울러서 지도자는 말할 자격을 갖추어야 됩니다. 말할 자격 없는 사람이 좋은 말을 자꾸 하면 좋은 말을 버립니다.”


특권층 조폭문화 반드시 청산해야
이날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조폭문화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노 대통령은 ‘정경유착이나 권언유착은 법·질서를 유린하는 조폭문화’라고 비판합니다. 길게 인용하겠습니다.

“좀 엉뚱한 얘깁니다만 조폭문화를 청산해야 됩니다. 조폭문화는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법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칼 같은 규율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는 철저히 충성과 보상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폭문화입니다. 그 조직에 들어 있는 한 특별한 대우를 받고 특별한 대우를 합니다. 그래서 아주 폐쇄적인 특권적 집단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과거 군국주의 군대에도 살아 있었고, 정치권력에도 이런 논리가 통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보편적 지지가 없으니까, 보편적으로 승인된 가치를 부정하니까 많은 사람들의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항을 더욱더 강고하게 제압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주종관계를 맺고 물질적인, 명예적인 보상을 주면서 갈라먹기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외부세계의 보편적 법·질서를 유린하는 것을 조폭질서라고 말해야 되지 않습니까? 이게 지난날 우리의 정치였습니다.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이죠.
제가 정경유착을 끊자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 사이에 불합리한 부당한 거래가 이루어지면 일반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죠. 권언유착도 끊읍시다. 권언유착은 끊긴 것 같은데, 정언유착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유착에는 항상 부당한 이익이 발생하고 부당한 특권이 발생합니다. 아직 정부 안에 있는 권력기관에도 이 사고의 잔재가 남아 있는 부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참여정부가 끝날 때에는 다 없어질 겁니다. 정부 안의 것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정경유착도 높은 수준의 것은 제가 다 정리하겠습니다. 청소를 하겠습니다.
권언유착도 제가 정리해 놓겠습니다. 정언유착 정리는 국민들이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권적 문화, 즉 조폭문화를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진실을 토대로 하지 않은 정치, 어떤 제도로도 극복할 수 없어
신뢰에 대한 강조는 노 대통령의 여러 연설과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3월 13일 국무회의 발언입니다. 발언 당시는 노 대통령이 2007년 1월 9일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를 골자로 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이후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개헌 제안의 취지를 길게 설명하면서도 그 전제에 대해 명확히 합니다. 바로 신뢰, 진실을 기반으로 한 정치,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정치입니다. 노 대통령은 “어떤 좋은 헌법이 있어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를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신뢰’는 규범 못지않은 사회적 가치입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신뢰가 낮은 사회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근래 경영학자들은 한 나라 경제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사회적 자본이고, 사회적 자본의 핵심 요소는 신뢰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국가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도 신뢰는 필수적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유일한 권력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정치는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역할을 해왔고, 따라서 국민들은 아직도 정치를 최고의 권력으로 생각하고 최고로 높은 책임과 신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정치, 정확한 진실을 기반으로 한 정치, 자기의 소신과 신념에 근거해 일관된 정치와 일관된 가치를 말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치적 덕목입니다. 진실을 토대로 일관되게 가치를 얘기하고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정치 제도가 민주적으로 개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전제(주의)든, 민주(주의)든 어떤 제도 위에서도 정치는 불가능해 집니다.
진실을 토대로 하지 않는 정치는 어떤 제도로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자기 말에 가치가 실리지 않고, 일관성이 실리지 않는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어떤 제도로도 이것은 치유할 수 없습니다. 보증해 줄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좋은 헌법이 있어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를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가 가능한 토양,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의 토양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 토양을 갖추자고 하는 제안입니다. 그것을 우습게 생각하는 정치 문화에서 정치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노 대통령 특강과 발언 전체를 다시 봐도 좋겠습니다.

연세대학교 특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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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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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철/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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