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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한 '대통령 연설의 쓸모'

2005년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 준비 이야기



“이번 8.15연설, 이렇게 만들면 우리 사회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데 큰 하나의 틀이 될 거에요.”

2005년 8월,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 준비회의를 마무리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입니다. 그해 경축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연설문의 대략적 구조는 이렇습니다. 

서두에서 노 대통령은 “오늘 저는 지난날의 어두운 이야기로 경축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라며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원인으로 분열을 짚습니다.

이어 본론에서 우리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세 가지 분열적 요인을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 ▲정치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 ▲경제적·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로 설명합니다. 뿌리 깊은 분열과 갈등의 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과거사정리, 지역구도 해소, 양극화 극복 등을 위한 노력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한 모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으로 연설은 끝납니다.



돌아온 반응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정치보복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 찬 연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평이었습니다. 보수언론도 ‘노대통령의 과거사 집착과 분열의 리더십’, ‘노 대통령 시효배제 발언, 또다시 정치권 논란촉발’, ‘6자회담 교착…새로운 제안 포기’, ‘대통령 혼자 쓴 경축사 결국 말썽’ 등의 혹평을 쏟아내며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제와 전략, 표현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

노무현 대통령은 행사 한 달여 전부터 이 연설을 준비했습니다. 수차례 관련 회의를 통해 국민 앞에 내놓을 이야기를 고민하고 가다듬었습니다. 강원국 전 참여정부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당시 준비과정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연설문 작성이 마무리됐다. 대통령과의 독회만 일고여덟 차례, 서너 개 버전의 연설문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연설문의 얼개 짜기를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던 중 노 대통령은 ‘분열과 대립의 결과로부터 발생된 간극을 해소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역사의 도랑을 뛰어넘어야 되고, 경제에서부터 생기는 격차의 계곡을 뛰어넘어야 되고, 다리를 놓든지 계곡을 메워야 되고, 정치적·이념적으로 만들어진 이 허상의 계곡을 메워야 된다. 정치적 공방 과정에서 만들어진 적대감과 그 적대감에 기초한 불신으로 인한 감정의 계곡을 메워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통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합을 이야기할 것인가. 노 대통령이 세운 전략은 조금 독특했습니다. 통합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분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연설문에 까다로운 대통령이었습니다. 표현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았습니다.

“‘분열하지 마라’ 할 것이 아니라 분열의 소지, 토대를 제거해야 된다, 분열이 생길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데 노력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한다. 숨어있는 언어는 통합이고 자주 나오는 건 분열 얘기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을 만들어서 한번 가보자는 것이다.”

“감동이나 머리에 와서 딱하고 부닥치는, 뭔가 송판에 화살 꽂히듯이 딱 와서 꽂히는 게 있어야 한다. 왜 역사라는 얘기를 도입하려 하느냐면 분열이니 뭐니 하는 얘기에 대한 공감대를 확 끌어내기 위한 것이거든.”


연설에 담은 국정 비전과 약속

다시, 이 글 서두에 인용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입니다. 이번에는 생략했던 뒷말까지 덧붙여 보겠습니다.

“이번 8.15연설, 이렇게 만들면 우리 사회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데 큰 하나의 틀이 될 거에요. 그거 정리해서 내고, 다듬어서 계속해서 해보자고.”

무엇을 정리해서 내고, 왜 계속하자는 것일까요. 연설을 준비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향후 쓰임까지 제안했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대통령 연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이번 경축사 한 뒤에 정리를 쭉 해서 비전을 정리해보자. 가령,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직업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그럼에도 때때로 낙오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이런 것을 전략지도와 결합해서 재구성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전에 의해서 우리가 얼마만큼 왔는지를 각 부처에 점검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 앞에 국정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천을 약속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던 이 연설의 운명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소개드린 ‘막전(幕前)’ 이야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 60주년 경축사에 담으려 했던 통합의 뜻과 새롭게 만나보시길 기대합니다.

[클릭]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보기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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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혜/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8.08.13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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