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국민의정부에서 만들어진 제주4·3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10월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를 발간하고 민간인 희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 등 7개 항을 건의한다.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같은 달인 10월 31일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4·3사건을 거론했다.
2003년 국정책임자로서 최초의 4·3사건 사과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 기점으로 해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4·3사건에 대한, 국정책임자로서 최초의 공식 사과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민들은 박수와 눈물로 화답했다. 해원(解寃)의 순간이었다. 2년 반이 흐른 2006년 4월 3일 노 대통령은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도 참석, 추도사를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사과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이 용서·화해의 전제
노 대통령은 이날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가권력의 책임을 강조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 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인식은 이미 2006년 4·3추도사 두해 전인 2004년 제5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명확히 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를 제안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뿌리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뿌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바른 역사를 가르칠 때 그들이 바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할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