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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노무현 사료관’ 오픈을 기념해 사료관에 담긴 사진, 구술, 영상, 문서 가운데 재밌거나 의미 깊은 몇 가지 사료를 모아 소개해드립니다. 사료편찬특별위원회가 수집한,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공개되지 않은 사진·증언·뒷얘기 등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핵, 그 야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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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년차에 막 접어든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됩니다.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에 참여해 193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노무현사료관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대통령 변론대리인단의 의견서 등 탄핵 관련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 탄핵을 발의·가결한 진영의 자료, 그러니까 탄핵소추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탄핵심판을 기각한 헌재 결정문이나 대통령 대리인단 자료보다 탄핵의 부당성을 되짚어보는데 오히려 더 유용해보입니다.

흔히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를 대통령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정도로 기억합니다. 실제로는 더 있었습니다.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의결서’를 보면 탄핵 사유는 세 가지입니다.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의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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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줄곧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법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협박하여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하고 총선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선거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바….

둘째,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 그리고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법적 정당성을 상실하였습니다.

셋째, 우리 경제가 세계적인 경제호황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림으로써 국민에게 IMF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국법질서 문란, 권력형 부정부패, 최소한의 도덕적·법적 정당성 상실, 국민경제와 국정 파탄, 민생 도탄…. 임기 첫해를 지나온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였습니다. 참 방대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작성한 ‘소추위원측 의견서(2004.3.29)’에는 총 65페이지 가운데 절반 가까운 31페이지를 탄핵사유·탄핵심판 범위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어떤 이들은 현재의 탄핵정국을 ‘헌정중단사태’ 또는 ‘의회쿠데타’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번 탄핵소추는 우리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발의되고 의결되었으며, 또한 우리 헌법이 설정한 탄핵심판제도의 틀 안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합리적으로 처리될 것이기 때문에 결코 헌정의 중단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2p)

소추위원측 의견서(200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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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사유는 32페이지부터 시작합니다. 몇 가지만 들겠습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의 발언을 ‘국가원수로서 품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남발’한 사례로 들었습니다(32p). “반미면 어떠냐”는 발언은 ‘한미 동맹관계를 손상시키는 행태를 보여 왔다’는 근거에 들어갑니다(33p). 노 대통령 발언을 앞뒤 잘라 왜곡하는, 많이 보아온 사례이지 않습니까? 그럴만합니다. 의견서 말미에 첨부한 증거목록을 보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증거 대부분이 신문보도입니다. 부정확한 보도, 왜곡보도가 탄핵사유의 증거로 활용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사례도 나옵니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2003년 12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송년오찬모임에서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을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라고 발언하는 등으로 검찰수사를 간섭·방해함으로써….(50p)

해당 보도는 2004년 1월 14일자 조선일보의 <노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발표 다음날 불만표시 / “검찰 두 번은 갈아 마셨겠지만…”> 제하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년여 뒤인 2005년 2월 19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했습니다. ‘확인 결과 노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충족하지 못한 탄핵사유에는 더 거슬러 올라가 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에 했다는 발언까지 거론됩니다.


변호사 시절 노동분규현장에서 “사람을 못살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의 근간 및 사회의 안녕질서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33p)

▲탄핵기간 중 관저에서 자료를 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이 정도면 사상검증 수준입니다.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 소추위원측 의견서에 적시한 세 번째 탄핵사유의 근거는 더더욱 새삼스러운 바가 있습니다. 이 또한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피청구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제호황 속에서도 3.1%의 낮은 실질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피청구인의 취임 이전인 2002년도의 6.3%에 비하여 크게 하락한 것이며 가계의 빚은 4백39조원을 초과하고 있고….(52p)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하면 2003~2007년 노 대통령 재임 5년간 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은 4.34%입니다. 뒤이은 2008~2012년 이명박정부 5년 평균은 2.9%입니다.

탄핵사유로 가계빚 439조원 초과를 거론합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노 대통령 임기 마지막 2007년 가계부채는 665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명박정부 5년,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에 다다랐습니다. 노 대통령 재임 5년, 가계부채는 192조원이 늘었으나 이명박정부에서 증가액은 3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정부’와 비교가 아닌, 탄핵 당시의 비교근거도 있습니다. 소추위원측 의견서에는 ‘별지2 검찰수사발표에 따른 피청구인 대선캠프 불법자금 수수내역’이 첨부돼있습니다. 2004년 3월 8일 검찰 중간수사 발표 결과, 113억8700만원이라는 겁니다.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이 수수한 불법자금은 823억원이었습니다.

국법질서 문란, 권력형 부정부패, 최소한의 도덕적·법적 정당성 상실, 국민경제와 국정 파탄, 민생 도탄….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의결서’에서 열거한 사유들입니다. 지금 여기서,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노무현사료관에서 ‘탄핵’을 검색하면 문서,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김상철/ 노무현사료연구센터
  • 2013.03.11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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