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의 신뢰도가 전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는 내용의 조사 발표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홍보·마케팅 회사 에델만의 ‘2018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부 신뢰도는 45%로 전년 대비 17%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조사대상국 평균인 43%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지만 상승폭은 28개국 가운데 가장 큽니다. 최근 7년간의 정부 신뢰도 가운데 최고 수치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의 요건은 또 무엇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 12월 26일 전국 공무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것은 두 배로 늘리고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절반으로 줄여 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국가혁신의 목표입니다. 정부부터 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국민의 신뢰는 ‘일 잘하는 정부’에서 시작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 잘하는 정부라야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혁신은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에 꼭 필요한 과제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와 소통하고 이러한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2006년 1월 26일 열린 ‘정부업무평가보고 및 정부혁신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민간 기업과 경쟁해 혁신이 밀리는 부처는 다음정권에서 반드시 불이익이 오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합니다.
43개 정부 부처의 2005년 업무평가결과를 보고받는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혁신은 제도와 문화로 정착되어야 하며 특히, 제도에 맞는 공무원의 의식 변화가 수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 추진되지 않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므로 향후 부처 평가에서 가장 큰 감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기본자세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이므로 반드시 지켜지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생각한 혁신의 이유
정부혁신은 참여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0월 30일 정부혁신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와 같이 말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과연 최고인가, 일류인가, 다른 나라 정부와 비교해서 과연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는 기업과 비교해서 우리 정부의 일하는 수준이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답을 해야 합니다. 정부, 공무원, 각 부처, 여기 앉아 있는 저와 장·차관 여러분 모두가 이 문제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쟁제일주의, 승자독식주의적 관점에서 최고가 아니라, 서비스하는 사람으로서 서비스에서는 최고가 돼야 합니다. 그것은 의무입니다.”
정부 규모에 대한 논쟁 보다는 “정부가 국민 복지를 위해 얼마만한 서비스를 생산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습니다. 바탕에는 혁신을 통해 대국민서비스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국민 복지 향상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작은 정부를 공약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하는 정부, 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05년 2월 25일 취임 2주년 국회 국정연설)
“‘사람’ 있어야 큰 서비스 가능…국민에게 먼저 증명해 보이길”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은 참여정부 기간 계속됐습니다. 2008년 1월 16일 퇴임을 앞둔 노 대통령은 정부혁신전문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5년 내내 투쟁을 했는데도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관념을 바꾸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8부 4처 18청이던 참여정부 중앙행정조직을 13부 2처 17청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 발표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혁신을 통해 추구한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정부’였습니다. 무조건 규모를 축소한다고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2007년 11월 9일 제45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이러한 노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길지만 마지막으로 소개드리겠습니다.
“참여정부 들어 증원된 공무원은 5만7천 명입니다. 이 가운데 교사가 절반이 넘고 나머지도 경찰·보건·환경·집배원·고용지원 등 대국민서비스에 꼭 필요한 인력입니다. ‘작은 정부’에 집착해서는 이분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도 없고, 국민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소방방재 분야는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앞으로도 충분한 인력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안전과 안심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소모적인 정부 크기 논쟁보다는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 줘야 할 것입니다.
지난날에는 권력을 가진 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국민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공무원들 인력을 늘려 달라고 할 때, 인력 부족을 얘기하면 국민들은 먼저 서비스로 증명하라고 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큰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국민은 먼저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공무원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공무원들이 먼저 좀 더 열심히 해서 증명해 보이고, 신뢰를 받고, 그리고 국가의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신뢰를 획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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